재난 안내문

용궁포 시민 여러분,

재난안전문자를 보낸 이유는 우리가 지금 재난 상황 한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.

용궁포의 아들이 정말 그런 죽음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? 태어날 때부터 바다의 관대함과 위험함을 모두 배우며 자란 우리 중 하나가요?

‘사고였다’고들 하죠. 

그런데 그 ‘사고’ 전에 뭔 일이 있었는지는 안 알려주더라고요. 매일매일 받았던 협박 전화들

아… 못 들으셨나요?

누가 그게 뉴스 나올 가치가 없다고 결정했는지 궁금하네요. 시민 여러분도 궁금하시죠?

용궁포시에서는 잘못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처벌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.

현명하신 해녀 할머니들 뭔가 이상하다고 경고하셨는데, ‘미신’이라고 치부당하죠.

수백 년 동안 전통을 지켜온 해녀 할머니들의 지혜를, 정말 그냥 미신이라 치부하실 건가요? 

파도는 바닷가에서 발자국을 지우지만, 디지털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습니다.

“애국자”에게: 거짓말을 정리하고 바로잡으세요. 이미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셨잖아요. 생각해보니 – 정확히 얼마인지 동네 분들이 관심 있어하실 것 같은데요? 저는 확실히 관심 있어요.

양아치들에게: 진짜로 안 보인다고 생각하세요? 건설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나타나는 걸 아무도 못 본다고 생각해요? 정직한 직업을 선택할 만큼 똑똑하지는 못했지만, 불은 뜨거운 건 알 만큼은 똑똑하기를 바라요. 화상 입기 싫으면 물러서세요.

그리고 우리 멋진 시장님께: 밤 늦게 문자를 보내드리는 것이 너무 번가롭지 않았으면 좋겠네요. 중앙한우집 5번룸에서 같이 앉아 계신 분들이랑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네요. 퇴근 후 친구들끼리 노는거죠?

해녀할머니의 말씀을 잘 들으시죠.

준비하시기 바랍니다.

– 영노